책소개
≪게잡이 공선≫은 고바야시 다키지의 대표작으로서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뿐만이 아니고,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다.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사상의 영역으로까지 넓혀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데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노동자의 구체적인 행동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묘사되고 있다. ≪게잡이 공선≫에 의해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은 그 앙양기를 이루어 내게 되었다.
≪게잡이 공선≫은 1926년 홋카이도의 게잡이 공선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취재한 작품이다. 당시 게잡이 공선은 조난 사건과 어부에 대한 학대 문제 등으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었다. 다키지는 4년에 걸쳐 게잡이 공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북양 어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특정한 주인공이 있지 않고, 게잡이 공선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집단으로 그리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일본의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적·침략주의적’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굴종밖에 몰랐던 어부들이 모르고 있던 자신들의 힘에 눈을 떠, 자신들의 손으로 자본가의 착취에 대항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훌륭하게 그려 냈다. 특히 노동자들이 한 번 실패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일어서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어부들은 파업이 참혹하게 실패하자 비로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일어서는 것이다. ≪게잡이 공선≫의 의의는 어부들의, 이 ‘다시 한번 일어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떠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는 태도, 이 불굴의 정신이야말로 노동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게잡이 공선≫은 고바야시 다키지의 대표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원양어선에서 행해지는 각종 착취와 학대에 굴종밖에 할 줄 모르던 최하층 노동자들이 눈을 뜨고 힘을 모아 자본가에게 맞선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은이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이때부터 교우회지를 편집하거나 중앙 잡지에 작품을 투고하거나 하면서 일찍부터 발휘된다. 1921년은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변동으로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이 새롭게 대두하기 시작한 때로, ≪씨 뿌리는 사람≫이 창간되고,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의 조직적인 전개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1924년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홋카이도 다쿠쇼쿠(拓植)은행 오타루 지점에 취직한다. 그는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정의감에 차 있었지만, 점차로 사회적 근원을 추구하면서 비판적 현실주의로 나아가, 하야마 요시키와 고리키 등의 작품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27년경부터 그는 사회과학을 배우면서 사회의 모순을 알게 되고, 그 후 오타루의 노동운동에 직접 참가하며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에도 적극적인 관계를 가지게 된다.
1928년 3월 15일 일본에서 비합법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단체가 큰 탄압을 받게 된다. 소위 3·15사건이다. 오타루에서도 2개월에 걸쳐 500명 이상이 검거되어, 다키지 주변의 친구와 동지들이 다수 체포되었다. 그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구라하라 고레히토(藏原惟人)의 영향을 받아 완성한 처녀작 ≪1928년 3월 15일≫은 이 사건을 취재한 것으로,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과 경찰의 참혹한 고문을 폭로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노동자의 불굴의 정신력과 이것에 대비되는 천황 지배 권력의 잔학성을 폭로해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 그는 이 작품을 ≪전기(戰旗)≫(1928)에 게재하며 본격적인 프롤레타리아 문학 활동에 들어간다.
다키지는 1929년 북양어업의 실상을 취재해 ≪게잡이 공선≫을 완성한다. ≪게잡이 공선≫은 그의 대표작으로,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뿐만이 아니고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다키지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옮긴이
황봉모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 동성중학교, 용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대학에 입학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영어대학을 거쳐, 같은 대학 대학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일본 도쿄(東京)대학 대학원 연구 과정과 간사이(關西)대학 대학원 박사 전기, 박사 후기 과정을 수료했고,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문학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국비유학생이었다. 이후 스미토모(住友) 재단 외국인 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에서 교육부 박사 후 과정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와 전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주요한 연구 분야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재일 한국인 문학 연구다. 일본 근대 문학과 한국 근대 문학의 비교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 야구, 스모를 많이 좋아한다. 겐자스시티 로열즈 팬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바야시 다키지 ≪게잡이 공선≫의 성립>, <고바야시 다키지 ≪게잡이 공선≫의 복자(伏字)>, <현월 ≪그늘의 집≫ −욕망과 폭력−>, <소수집단 문학으로서의 재일 한국인 문학 −가네시로 가즈키 ≪GO≫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저서로는,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 학술 도서에 선정된 ≪고바야시 다키지 문학의 서지적 연구≫(2011)와 ≪재일 한국인 문학 연구≫(2011), 그리고 ≪현월 문학 연구≫(2016) 등이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차례
게잡이 공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하급선원과 보일러공이 없으면 배는 움직이지 않아. − 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돈 한 푼이라도 부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아까 말한 배를 사거나, 도구를 준비하거나, 채비하는 돈도, 역시 다른 노동자가 피를 짜서, 벌게 해 준 거야. − 우리들을 착취해서 얻은 돈이라구. − 부자들과 우리들은 부모와 자식 관계인 거야….”
-123쪽